인산과 칼륨이 부족해 제2화: 안정감의 정체
포슬포슬한 감자 같은 진석이의 무심한 다정함과 묵직한 속내, 인산과 칼륨이 부족해 그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.

어느 늦은 오후, 방과 후 빈 교실에 혼자 앉아 있을 때였다.
그날은 유난히 운이 따라주지 않는 날이었다. 아침부터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,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체육 시간에는 발목을 살짝 삐끗하기까지 했다. 속상한 마음에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며 입술을 삐죽이고 있는데, 내 책상 위로 바스락 소리와 함께 붉은색 과자 봉지 하나가 툭 떨어졌다.

내가 우울할 때마다 찾는, 맵고 짠 자극적인 맛 뿌셔뿌셔 과자였다.
고개를 돌려보니 진석이는 제 몫의 과자를 우물거리며 아무렇지 않게 앞을 보고 있었다. ‘괜찮아?’ 같은 뻔한 위로의 말은 없었지만, 내 기분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내미는 그 무심한 다정함에 뾰족해져 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었다.
“야, 감자.”

“어.”

“너는 무슨 일 있어도 화 안 나지? 아무 생각이 없는 건가.”

내 툭 던진 말에 진석이는 느릿하게 시선을 돌려 나를 마주 보았다. 녀석이 작게 픽 웃으며 대답했다.
“나도 화날 때 있어. 아주 많이.”
“언제?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데.”
“그냥, 속으로 삭이는 거지.”
진석이는 과자 하나를 더 입에 털어 넣으며 무덤덤하게 덧붙였다.
“티 내봤자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.”

덤덤하게 내뱉는 그 말이 내게는 어쩐지 조금 묵직하게 다가왔다. 속으로 삭인다는 건, 그만큼 혼자 삼키고 견뎌낸 시간들이 많다는 뜻 아닐까. 겉보기엔 포슬포슬하고 따뜻하기만 한 감자지만, 보이지 않는 흙 속에서 얼마나 많은 무게를 혼자 버텨냈을까.
나는 말없이 과자 봉지를 뜯어 입에 넣었다. 매콤한 맛이 혀끝에 알싸하게 퍼졌다. 평소보다 조금 더 짜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었을지도 모른다.

옆에 앉은 녀석의 듬직한 어깨를 가만히 바라보며, 나는 처음으로 이 아이의 이면이 궁금해졌다. 언제나 내게 기댈 곳이 되어주는 진석이었지만, 어쩌면 이 애에게도 마음 편히 엎드려 쉴 수 있는 그늘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고.

내가 그 애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까. 과자를 씹으며 나는 묘한 책임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.